노력

2주차

이곳에 입소한지 2주가 되었다. 하루가 길고 바쁘다보니 체감으로는 더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 기간동안 2번 팀이 바뀌었고, 공부해야 할 주제도 2번 바뀌었다. 시간이 꽤나 느리게 간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빨리 이곳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보단하루라도 더 빨리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인듯 하다. 보름간 성장을 했다면 했다지만 여전히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은 산더미다. 끝이 있는지, 어디 쯤일지 가늠조차 못하는 주제에 왜이리 조급한지 모르겠다. 그저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겠거니 스스로 달랬다.

두번째 에세이를 쓰기 전, 첫 글을 읽어보았다. 다행히 난 여전히 다음날에게 부족했던 모습을 잊지 않고 전해주고 있다. 글을 쓸 때의 다짐을 잊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도 난 더 배우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2주간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안심하는 꼴이 우스울수도 있지만 보름이 한달이 되고 한달이 석달이 되는 법이니까.

사실 지난 몇일 간 스스로에게 약간의 만족을 했었다. 열심히 했었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하고 찾아보고 연습했다. 예전과 달라진 내 모습에 혼자 기특했는지 신났던것 같다. 마라톤에 비유되는 오랜 싸움인데, 다리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으니 좋다고 생각했나보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에서야 조금은 현실을 다시 보게 됐다.

지난 주 시험에서 3문제중 1문제를 맞혔다. 1시간을 1번 문제를 풀고, 2번 문제를 30분간 풀다가 완성하지 못했고, 3번 문제는 문제조차 읽지 않았다. 사실 30분씩 공평하게 썼다면 0점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 시험에 대한 상벌이 없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쓸데없이 집중못하고 걱정하거나 들뜨지 않은채 차분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래도 일주일 간의 학습 성취를 알 수 있게 되는 시험이니 절대 가볍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일희일비 하지 않을 정도로만 무심하게, 한 주에 대한 반성 정도의 의미만 부여했다.

저번주 시험이 다가올 때쯤 내 공부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자각했다. 한 문제를 두 시간 가까이 고집스럽게 고민했다. 정답을 찾아 보면 있는지도 모르는 내 재능이 별 볼일 없다는게 들통나는 것마냥 굴었다. 막상 정답을 보면 내가 모르는 함수나 개념이 있기도 하고 전혀 생각도 못한 방향으로 알고리즘이 구성되어 있기도 했다. 내가 쓴 2시간은 문제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부리는 시간이였다. 결국 그 고집은 꺾였다. 문제당 고민 시간을 30분으로 설정했다. 내 학습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다음 시험은 더 잘볼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믿고 있었다. 저번주보다 문제 푸는 속도도 빠르니까. 쓸 줄 아는 코드도 많아 졌으니까. 정답에 써있는 코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기에 내가 발전했다고 생각했다. 점심먹고 오후쯤 우선순위 큐 문제를 풀었다. 답과 해설을 검색해보니 거진 모든 답변은 import heapq를 사용하고 있었다. 근거도 출처도 없이 기본 내장함수만 사용하여 알고리즘을 푸는게 왕도라고 생각했던 나는 어찌해야 될지 몰라 코치님께 여쭤봤다.

코치님께 질문을 드리면 오히려 나에게 질문을 하신다.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길 바라시는 것 같기도 하고, 도달하지 못하면 어느 부분이 원인이였는 지도 알게 된다. heapq 사용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코치님이 내게 묻는 질문에 하나도 대답하지 못하였다. list, queue, deque, stack, dictionary, 자료구조, 재귀함수, permutation 등 지난 주부터 끊임없이 봤던 단어들에 대해 말씀하셨지만 입도 뻥끗 못했다. 내가 몇일 간 무슨 공부를 했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질문이 아니였어도, 자유롭게 지난 몇일간 공부했던 것이라면 무엇이든 얘기해 보라고 하셨어도 난 벙어리였을 것 같다.

아무것도 대답 못했던 그때가 창피하긴 하다. 하지만 그때 내가 질문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여전히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면 내 꼴이 얼마나 우스울까 싶다. 사실 이 생각은 스스로에게 하는 얄팍한 위로에 지나지 않지만, 이렇게라도 안하면 내가 했던 것이 헛공부라는 생각에 참 괴롭다. 무작정 속상해하고 풀 죽어있진 않지만 씁쓸한건 사실이다. 오늘 계속해서 내가 읽은 책을 다시 보고 했던 공부를 다시 봤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내가 읽은 글, 정보가 파쇄된 종이꼴인데 몰랐다는게 참 웃기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에세이 한번 더 써야지 할 쯤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자책하는 사건이 생기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오늘 일이라 생각정리도 많이 되지 않았다. 오래 , 많이 하는 것이 노력이겠지만 지금 내가 쫓아야 하는건 최선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일 혹은 일주일 후 내가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멈추지 않기, 어제보다 나아지기. 두 개만 명심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