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1달

2023-03-27

습관

이 곳에 온지 한 달이 된 날이다. 어느덧 파이썬 알고리즘은 마지막 주차에 들어섰다. 잘해왔다 라고 말하기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에게 찾을 수 있는 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달의 나와 비교하면

참 많은것이 변했다. 이제 남들의 말을 조금은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생소한 단어 투성이였던 주변 사람들의 대화는

이제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다. 물론 그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얘기긴 하지만 말이다. 최선의, 최단의

경로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나는 출발지를 떠났고 도착지에 조금은 가까워졌음은 분명하다. 그것만이 내가 계속해서 나아

갈 수 있는 버팀목임을 잘 알고 있다.

제법 주변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이름, 얼굴들도 외웠고 말을 놓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술도 마시고, 밥 먹으며

커피 사러 가는 길에 이런 저런 얘기 나눌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아직 복잡하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함께 한 경험은 없지만

‘이 사람과 함께라면 가능하겠다’ 싶은 사람들도 보인다. 물론 중요한 건 그사람들의 눈에도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실 나야 뭐 대단한 기준을 가지고 있을까. 여기저기 나보다 잘하는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 투성이인데.. 그저 이대로 가면

누가 나를 믿고 함께 해줄까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있다.

정리정돈은 내 습관이 아니다. 무작정 여기저기 펼쳐 놓는 것은 딱 질색이지만, 보기 좋게 수납하고 정리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게 분명 내 성격이다. 하지만 이전에 그랬듯 초보자로서 올바른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 공부한 것,

고민한 것을 기록하고 나중에 꼭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도 적어 놓는다. 복습이 얼마나 중요한 지, 기억의 휘발성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다. 몸이 고생해야 내가 발전한다. 편한 방법, 왕도는 없다. 이 분야 뿐 아니라 어디에서든 마찬가지다.

내가 지나온 발자취가 나의 기억에만 존재하지 않도록,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흔적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멀리

가고자 할 수록 내가 걸어온 길은 길어지고 더 의미있어 질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촉박한 시간으로 살다보니 점차 다음주로 해야할 일을 미루고 있었다. 내 바탕화면에는 다양한 스티커 메모가 있는데

줄기는 커녕 자꾸 늘어나기만 한다. 1달이 지나도록 0주차 미니 프로젝트에 쓴 코드는 공부하지 못했고 매주 목요일에 봤던

시험 문제에 대해서도 복습하지 못했다. ‘그 당시의 생생한 기억’이 주는 가치를 잘 알고있음에도 쌓여가는 숙제가 참 속상

했다. 나만 그런건 아닐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내가 그래도 되는 이유는 아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부족한

사람인 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 이 캠프에서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겠으나, 그 끝에 시상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제서야

나는 남들과 같은 경기를 치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남들이 훈련하고, 페이스 조절을 하며 경기를 해나갈 때

나는 이제서야 선수등록이 끝난 신참이다. 설령 내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그럴만한’ 일 일지라도 스스로에게는

절대 관대해져선 안된다. 자신에게 상냥했던 과거의 나로 인해 현재까지 온 것이다.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만큼

또 명심하고 명심해야 한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것저것 기록하던 중 깃허브 페이지로 블로그를 옮겼다. 다른 좋은 선택지도 있었지만, 어렵고 귀찮은

것으로 옮긴 이유는 분명하다. 언젠간 내가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금의 귀찮음이 나의 성장에 거름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할 순 없다. 지금 내 블로그는 엉망진창이고, 가독성도 떨어진다. 난 이 블로그가 어떤 코드로

이루어 졌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할 것이다. 분명 시작했으니까 끝을 맺을 수 있다. 일단 저지르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이것은 끝마쳐야 한다’라는 사실은 명확히 알고 있다. 그 의무감이

나를 성실하게 만들고, 나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점점 이것저것 일을 벌이다보니 해야할 일이 산더미다. 매주 주어지는 주제에 대한 공부 뿐만 아니라 CSAPP, 알고리즘

개론, 전주차 복습, 매일 쓰는 개발일지 등등.. 이번주 해야할 일에 남들보다 더 투자해도 부족할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이번주에 문제 하나 더 맞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튼튼한 기초를 만들어 다시 뒤로 돌아 올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주 해야할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내가 추가적으로 하는 것들은 내가 이번주의

공부가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위안을 주기 위함이 아니다. 남들보다 한 걸음을 더 무겁게 내딛어 더 많이 배워야 한다.

23년 3월 26일부터 금연을 시작했다. 오늘은 2일차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첫 일주일, 그 중 첫 2~3일이 고비이다.

감정기복도 너무 컸고 힘들었지만 좋은 동생 둘이 잘 챙겨줘서 이겨냈다. 4개월, 6개월씩 끊어봤지만 이번 목표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그저 나와 담배가 더 이상 아무 의미없는 관계로 느껴지도록 멀어지는게 목표라면 목표다.

대단한 결심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언젠가 끊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고민하고 있었다. 금연을 위한

완벽한 타이밍따위는 없다는 것도 언젠가부터 느꼈다.

위에서 말했듯 요즘 해야할 일이 밀리는 것에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 스스로 나태해지고 있나, 집중력이

많이 부족한가 고민이 많았다. ‘오늘’ 해야할 일을 반드시 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으나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었다.

나에게 또 다른 긴장감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벅찬 일상을 사는 와중에 금연이란게 모래주머니일 순 있지만,

언젠간 내려놔야할 짐덩이 인것은 확실했다. 금연 100일차를 손꼽아 기다리며 인내하는 모습보다는, 어제도 결국

금연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으로 스스로에게 한번 더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다. 나는 끊임없이 도전이 필요하다. 실패

하더라도, 노력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도전해야 한다. 스스로를 이 선순환에 어떻게든 집어넣는 것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잡생각이 부쩍 많아져 캠퍼스를 한바퀴씩 거닐고 있다. 대단한 각오를 다지기 보다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며

하고 싶은 생각 다 하는 시간을 가진다. 거진 쓸모 없는 헛생각 뿐이다. 지금 나에게 사치스러운 생각들도 여전하다.

적어도 책상 앞에서는 치워버릴 수 있으니 이 루틴이 마음에 든다. 5분 남짓의 흡연보다 10분간의 산책이 주는 안정감이

더 좋게 느껴진다.

근 몇일간 게을렀다. 블로그 만든다고 헛시간도 많이 썼고, 긴장감도 예전만 못했다.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내일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발전에 기뻐하고 내일을 위해 다시 쏟아부어야 한다.

나를 믿되, 끊임없이 의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