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중간발표

어느덧 나만의 무기를 갖기 프로젝트에 돌입한지 2주가 되었다. 그리고 내일은 중간 발표를 앞두고 있다. 5주짜리 프로젝트의 절반에 다가간다는 사실에 놀랍다. 어제 문득, 한달 후에는 이곳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벌써 5개월이 다되간다니.. 시간 참 빠르다. 별에 별일이 다 있었고,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것 같다. 아직도 팀원들과 대화하다 보면 모르는 단어가 튀어나와서 물어보고, 협력사 설명회에서 하는 설명을 알아듣지 못해 혼자 검색해보긴 하지만 까막눈은 면한 듯 하다.

5주짜리 최종 프로젝트에 대해 많이 기대하고 있었다. 함께 지내는 사람간을 조율하고, 하나로 뭉치는 것에는 자신있었다. 10년은 된 이야기지만 앞장 선 경험도 많았고 주변에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나이가 들며 성격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못하진 않을거라 생각했다. 프로젝트 경험도 없고 코딩 능력이 가장 부족한 만큼, 내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 잘하고 싶었다. 곁에 사람들을 잘 챙기자고 명심했건만, 지금은 나 하나 챙기기도 버거워하는게 현실이란 것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꽤 열심히, 오래 아이디어를 고민해왔다. 함께 팀을 하자고 했던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도 했었다. 그것이 우리가 가지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 생각해본, 필터링된 아이디어들이 있다는 것. 더 빨리 결정할 수 있고, 더 많이 고민할 수 있어서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출발은 아니더라도 나쁜 출발은 아니였던 것 같다. 당장 뒤집어야 할 아이디어라는 피드백은 없었다. 물론 긍정적인 피드백도 딱히 없어서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애초에 초안 발표 때 욕심이 너무 컸던 것 같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평가에 너무 민감하였고, 더 완벽하고 칭찬 받을만한 프로젝트로 시작하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의 판단미스로 우리 팀의 주제는 방향성을 잃었다. 결국에는 중간발표 3일 전에 주제를 바꾸었다. 초안 발표 때의 2개에서 아예 벗어난 주제로. 공지사항에 ‘중간발표 이후에는 절대 아이디어나 방향성에 변경하면 곤란함’이라고 써있는 것을 나는 그전까지는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해석하였다. 마지막 경고를 정 반대로 해석하였으니.. 결국 코치님과 면담하면서 얼마나 잘못된 판단인지 뼈저리게 관통당했다. 내 아이디어가 나쁜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없었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지만 모두가 투표를 통해 결정하였고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서 책임감을 덜어내지도 않았다. 선택은 함께 하더라도, 팀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책임은 리더가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내가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게 더 슬펐다. 결국 다시 주제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에 대한 회의에서 나는 쉽게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의견을 내는 것이 스스로가 뻔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망쳐놓고 다시 돌아가자는 말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용기도 없었고, 자격도 없었던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경험이나 실력에서 다른 사람들(리더 뿐 아니라 팀 전체에서)에 비해 부족한 건 너무 당연하여서, 내가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나와 팀이 되면, 같이 열심히 공부해서 많이 배우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동등하게 함께 결정하지만 책임은 모두 내가 진다고도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된 말이 하나도 없다. 전자는 내가 못나서 지키지 못했지만, 후자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이라고 후회한다.

책임지고 싶다. 나로 인해 팀원들이 받는 피해를 생각해보면 어떤 패널티라도 받고 싶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무슨 책임을 질 수 있을까? 나도 똑같이 가진 것 없고 증명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내 잘못에 대해 질 수 있는 책임이 없다. 그저 팀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사과한다. 애초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이였기 때문에 했던 말이라 거두고 싶다. 차라리 모든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할걸. 억울해하지 않고 내 잘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질 수 없는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말이 또 있나 싶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 말고 또 있을까. 2주 전에, 혹은 그 이전에 중간 발표때까지 주제와 방향성으로 갈팡질팡할 것이라고 말하면 믿었을까. 이와 마찬가지로 2주 후에 우리의 프로젝트가 정말 멋질것이라고 듣는다면 믿을까. 지금이라도, 하루라도 더 빨리 열심히 해야한다. 최근에 읽었던 책에서 나온 말이 참 인상깊었다. 앞으로를 걱정하는 나에게 필요한 말이였다. 내 손에 달려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