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

독후감

화씨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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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레이 브래드버리 옮긴이 : 박상준

출판사 : 황금가지

감상

페이커 추천 도서 목록에서 읽은 두번째 책. 53년에 발간된, 상당히 오래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소설이다. 책은 소유하거나 읽어선 안된다는 법 떄문에, 소방서와 소방수 대신 방화서와 방화수가 존재한다. 책이 있다는 신고를 받은 집으로 찾아가 집을 불태워 버리는 존재들이다. 미래 소설이기 떄문에, 등장인물들은 현재의 우리를 구전으로만 내려오는 과거 이야기로 치부하며 말도 안된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불을 지르는 방화수 대신 신고를 받고 불을 꺼주는 소방관이 있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주인공을 제외하고 가장 주요해보이는 등장인물은 방화서장이다. 사회가 어떤 흐름으로 모든 책을 불태워버리자는 극단적인 사회로 변하게 되었는지, 이로 인해 얻은 것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인물이다.

작가의 묘사력과 표현력은 책에 쉽게 몰입하도록 도와주었다. 책이 불태워지는 이야기를 하며 책과 지식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진부한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70년 전 쓰인 소설에서 나타나는 현재 우리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한마디는 “책이란 단지 많은 것들을 담아 둘 수 있는 그릇의 한 종류일 따름이니까” 였다. 꼭 추천하는 책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제트카를 타는 사람들은 풀이 어떻게 생겼는지,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를거에요. 왜냐면 그 차는 너무 빠르기 때문에 바깥의 풍경을 자세히 볼 수가 없거든요.

2.

나중에는 ‘햄릿에 대한 모든 저옵를 제공해 드립니다.’해서 보면 기껏해야 한 페이지 정도 설명해 놓은 게 다가 되었지. 그러면서 광고엔 이렇게 나오고. ‘이제 당신은 모든 고전들을 완전히 통달할 수 있습니다. 읽으십시오! 시대를 앞서 가는 사람이 되십시오.’ 알겠나? 보육원을 나와서 대학에 들어갔다가는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가는 거네.

몬태그, 평화라고. 경품 대회를 열어. 그래서 대중 가요 가사나 수도 이름, 또는 아이오와에서 작년에 옥수수를 어떻게 재배했는지를 잘 외우는 사람한테 상을 주는거야. 사람들한테 해석이 필요없는 정보를 잔뜩 집어넣거나 속이 꽉찼도록 느끼도록 ‘사실’들을 주입시켜야 돼. 새로 얻은 정보 떄문에 ‘훌륭해’졌다고 느끼도록 말이야. 그리고 나면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움직이지 않고도 운동감을 느끼게 될 테지. 그리고 행복해지는 거야.

4.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건 뭐든지 있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무엇 하나 모자란게 없는 세상인데 우린 행복하지 않아요. 뭔가 빠져있어요.

5.

당신이 찾아 헤매는 건 책이 아니야! 당신은 낡은 축음기 음반에서, 낡은 영화 필름에서,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에게서 책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과 마찬가지 것들을 얻을 수 있지. 자연 속에서, 그리고 당신 자신 속에서 찾아 보시오. 책이란 단지 많은 것들을 담아 둘 수 있는 그릇의 한 종류일 따름이니까. 우리가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것들을 담아 두는 것이지. 책 자체에는 전혀 신비스럽거나 마술적인 매력이 없소. 그 매력은 오로지 책이 말하는 내용에 있는 거요.

6.

사람들은 전부 자신이 죽을 때 뭔가를 남긴단다. 아이나 책, 그림, 집, 벽이나 신발 한 켤레, 또는 잘 가꾼 정원같은 것을 말이야. 네 손으로, 네 방식대로 뭔가를 만졌다면, 죽어서 네 영혼은 어디론가 가지만 사람들이 네가 심고 가꾼 나무나 꽃을 볼 때 너는 거기 있는 거란다.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네 손이 닿기 전의 모습에서 네 손으로 네가 좋아하는 식대로 바꾸면 되는거란다.

7.

책을 불태우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불 붙은 성냥개비만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모든 소수자들, 침례교도, 유니타리안 교도, 아일랜드 인, 이탈리아 인, 80대 노인들, 선불교도, 시오니스트, 제7일 안식일 예수재림 교도, 여성해방운동가와 공화당원, 마타신(Mattachine, 미국의 남성 동성애자 운동 단체), 복음주의 교도 등등이 나름의 의지와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등유를 쏟아 부은 다음 불을 붙인다. 마치는 글 중

8.

난쟁이나 거인, 오랑우탄이나 돌고래, 핵탄두 혹은 수자원 보존주의자, 컴퓨터 옹호주의자 혹은 네오 러다이트, 바보 혹은 현인 등등 모두가 자기들만의 미학적 잣대를 개입하려 들 것이다. 우리의 현실 세상은 그 모든 그룹들 각각이 나름의 주장을 내세우며 법을 만들기도 하고 폐기시키기도 하는 일종의 운동장이다. 하지만 내 소설은, 희곡은, 시는, 그들의 권리가 끝나고 나의 지배 명령이 시작되어 행사되는 통치령이다. 몰 몬교도들이 나의 희곡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 쓰라고 하라. 아일랜드인들이 내 더블린 이야기를 싫어한다면 타이프라이터를 줘버려라. 마치는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