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단어 : 정치적 올바름은 어떻게 우리를 침묵시키는가

독후감

잘못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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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르네 피스터 번역 : 배명자

출판사 : 문예출판사

감상

정치적 올바름, 흔히 말하는 PC는 이미 유럽과 미국에선 큰 화두이다. 영화의 원작 줄거리나 실제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게 흑인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 항상 뜨거운 논쟁이 펼쳐진다. 이름 자체가 snow white인 백설공주가 흑인이어도 되는가? 배경이 과거의 북유럽인 인어공주가 흑인일 수 있는가?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어느정도의 사실과 합당한 근거를 기반으로 한 세력이 광폭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종차별은 분명히 존재하며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등 소수자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차별은 여전하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 이 이야기가 시작되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세상이 변하고 인권 의식이 나아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누군가는 일상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고, 자유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주의자며 장애인을 혐오하는 비인륜적인 사람임이 틀림없을까? 과거 수 천년간 지속되어온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지금 나의 삶을 희생하라고 해야 하는 것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합리적인가? 누가 옳은지, 누구의 말이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이다. 수학책에 나온 공식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 수학책을 의심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논리적이며 합리적이지 않은 인간으로 취급하는 사람 중 더 학문적인 사람은 누구일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어떠하든 꼭 추천하는 책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우파 포퓰리즘만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게 아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이념, 누구도 피부색이나 성별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헌법 등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려는 독단적 좌파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한다.

2.

고메시는 이렇게 썼다. “나의 무죄판결은 나를 고소한 여성들뿐 아니라, 수 많은 관찰자들에게도 깊은 불만으로 남았다. 비록 법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더라도, 나는 아주 더런놈이자 직장을 잃고 명예를 훼손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악랄한 성폭행 깡패가 된 기분이었다.

처벌의 강도, 즉 벌금이나 징역이 아니라 공개적 배척의 정도와 기간으로 측정하는 처벌도 문제였다. 그러나 고액 포럼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처벌에 속한다면, 그러니까 범죄자가 앞에 나와 자신의 새 삶을 진술할 권리조차 금지한다면 처벌의 강도를 어떻게 측정한단 말인가?

4.

혁명은 대개 소라없이 조용히 진행되고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아차린다.

5.

시험문제에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한 교수에게 분노를 터뜨리기 위해 굳이 데리 벨의 글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 위해 굳이 킴벌리 크렌쇼의 교차성 개념을 연구하지 않아도 된다. 한 세대의 이념은 다음 세대의 본능이 된다.

6.

구체제에서 처벌은 국왕 살해자의 신체를 끝없이 절단하는 것에서 끝났다. 오늘 날 처벌 제도의 이상은 무한한 징벌, 끝 없는 질문, 점점 더 세세하고 분석적으로 변하는 감시 및 조사일 것이다.

7.

의회 민주주의와 시민 법치국가의 등장 역시 푸코에게는 사회적 진보가 아니라 새로운 권력 형성이다. 실질적이고 신체 중심적인 규율이 형식적이고 법률적인 자유의 기초와 기반을 다졌다.

8.

<비판적 인종="" 이론="">에서 두 법학자 리처드 가도와 장 스테판치치는 이 이론의 핵심 명제와 그 이면에 있는 정신 자세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다. "점진적 발전을 강조하는 전통적 시민권 담론과는 반대로, 비판적 인종 이론은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우너칙을 포함하여 법의 무게, 계몽주의와 합리주의, 자유주의 전시를 근본적으로 철저히 의심한다.

9.

크렌쇼가 말하는 교차성은 다양한 차원의 차별이 있음을 의미한다. 직장에서 한 여성이 남성보다 연봉이 낮을 수 있다. 만약 이 여성이 흑인이라면 어떻게 될까? 레즈비언이라면? 또는 장애인이라면? 크렌쇼의 사상은 한마디로, 다양한 차원의 차별이 서로 교차하고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

크렌쇼의 이론은 오늘날 전체 진보 진영의 분열을 야기하는 다툼의 씨앗도 뿌렸다. 차별에도 서열이 있다면 피해자들끼리 서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11.

교차성 이론은 세계적 분열의 토대가 되었다. 현재를 분석하기 위해 고안된 도구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솎아내도록 허용하는 이념의 원동력이 되었다.

12.

만약 감정이 주장을 대체하면 감정은 거대한 효과를 내는 정치적 무기가 된다. 주장은 반박할수 있지만 감정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13.

의견 충돌은 종종 상처도 남기는데 당연한 결과다. 의견이 다른 사람은 상대방의 의견을 공격하고, 그러면 그 사람은 기분이 상하거나 모욕을 느낄 수 있다. ‘혐오 발언’ 개념 역시 이런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연히 모욕이나 멸시 없이 정중하게 논쟁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 경계가 정확히 어디란 말인가?

14.

언어 통제는 지배 도구다.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그것 말고는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없는 사람들의 무기였다.

15.

그렇게 보면 대학은 언제나 나중에 전체 사회를 특정지을 변화의 최전선이다. 대학은 학교, 기업, 국가, 언론에 스며들 사상의 실험실이다.

16.

거짓균형 : 대ㅂ하는 두 의견이 있을 때 과학적 근거나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기계적 중립을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언론매체의 편향

17.

“이 신문은 선거에서 배워썽야 할 교훈(다른 미국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우리의 생각에 저항하기)를 실천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전체 언론에서, 어쩌면 특히 이 신문에서 새로운 합의가 형성되었다. 진리는 전체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고, 소의 깨달은 사람이 의무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새로운 정통성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18.

소수를 위해 싸우는 것은 논객의 권리다. 다만 현실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다. 모ㄴ 반대 의견을 자격 미ㄹ의 반사적 세계관에 불과하다고 치부한다면, 도체 어떻게 대규모 언어 수술을 독자에게 설득할 수 있겠나?

19.

이 사건은 미국 진보 성향 매체의 여 잘못을 보여준다. 오전에 저지른 실수에 대한 과도한 재판, 주장을 분노로 표출하기, 일부 트윗을 ‘독자’ 의견으로 혼동하여 무한 피드백 주기, 경영진에 압력을 가하는 편집팀의 행동주의

20.

트ㅁ프는 거짓말과 언사로 나라를 양극화 했지만 좌파의 독단주의도 나라를 다시 합치기 힘들게 하는데 일조했다.

21.

그러나 쇼어와 같은 목소리를 구조적으로 죽이는 것은 위험하다. 그 결과 좌파 진영은 자기 자신과 비판적 대화를 더는 나눌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쇼어 같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을까 두려워해야 하고 불편한 진실을 말하기보다 침묵하기를 선택한다면, 결국 신념이 냉철한 분석을 대체할 것이다.

22.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빈번히 주장의 질이 아니라 흥분의 규모가 중요하기 때문에 쇼어의 고용주는 분노에 굴복하는 쪽을 택했을 터다. 그렇게 보면 취소 문화는 구조적으로 연료가 공급되는 도덕적 분노다. 이런 분노는 진실에 관심이 없고 분노의 대상이 직장이나 발언권을 상실해야 비로소 가라앉는다.

23.

200년이 넘는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진보적 자아상과 철저한 이익 극대화의 결합이 지금처럼 쉬웠던 적이 없다.

24.

다양성 훈련은 심지어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는데 보넷은 이를 ‘도덕적 허가’라고 불렀다. 모두가 다 아는 현상이다. 조깅을 한 사람은 나중에 양심의 가책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25.

“비판과 자기비판의 내면화 요구는 스탈린주의 윤리를 뿌리내리고 영구적인 공적, 사적 자기 검열을 통해 죄가 될 만한 모든 생각, 의심, 행동, 연료, 유혹을 자기 자신과 당 전체에 드러낼 각오가 된 신인을 육성하기 위함이다.” 사회학자 클라우스 게오르그 리겔의 논문 <정치 종교가="" 된="" 마르크스-레닌="" 주의=""> 중

26.

현재 미흡한 점을 더 밝고 유토피아적인 미래와 대비시키는 것은 정치적 좌파의 본성에 속했다. 그것이 언제나 좌파의 강점이었고, 좌파는 언제나 거기서 에너지를 가져왔다. 노동 조합 설립, 노예제 종결, 여성 참정권, 민권법, 동성혼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없었더라면 이 모든 것은 그저 꿈으로만 남았을 터다. 그러나 현재의 분석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면 문제가 시작된다.

27.

좌파의 정체성 정치는 특히 중도층과 고학력 계층에게 해롭다. 정체성 정치는 스스로를 위안하고, 자기 의견을 강화하고, 더 높은 도덕성을 장착하는 특정 정치집단에게 도움을 준다.

28.

확고한 평등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정치가 트랜스젠더 운동의 도그마나 반인종차별주의 운동의 교리에 성찰업없이 굴복한다면 수 많은 사람이 무시당한 기분을 가질 것이고 ㅍ파렴치함을 비즈니스모델로 삼는 정당을 지지할 것이다. 그 결과는 열린 논쟁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지 않는 정치적 평행선이다.

29.

자유주의는 가장 먼저 자기결정권과 신체적 온전성 그리고 종교와 정치 신념을 선택하고 재산을 창출할 권리를 인정한다.

30.

우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고 양도할 수 없는 특정 권리를 창조주에게 부여받았으며, 생명권, 자유권, 행복추구권이 그런 권리에 속한다는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미국 독립선언문

31.

그러나 자유주의는 개인의 보호만을 위한 철학이 아니다. 사회에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유주의는 진리의 독점권을 한 인종, 한 종교, 한 계층에 주지 않고 토론과 더 나은 주장의 힘을 믿는다.

32.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갈등 떄문에 자유주의 정부는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평등 이해를 발전시키게 되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33.

옛 차별에 똑같이 응수하는 것은 새로울 수 없고, 법치국가는 법을 훼손해서는 개선되지 않으며, 논쟁은 가지치기로 더 공정해지지 않는다. 협박으로 강제된 개혁은 절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34.

오직 자신의 정치적 시야만 존중하는 관용은 쓸모없고 황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