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독후감

국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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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유시민

출판사 : 돌베개

감상

이게 나라냐? 언젠가부터 떄로는 농담으로 떄로는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어릴 때는 일부 정치인들의 망언이나 행보를 보면 과연 저 사람도 진심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더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내가 하면 다를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고등학생 때까지는 정치가가 꿈이었다. 그들과 달리 나는 논리적이고 정의로우며 직접적인 해결책을 알고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들며 생각이 많이 변했다. 듣고 있자면 마음이 처참해지는 소식이 뉴스에 들려오는 것은 여전하나 그들이 ‘고의로’ 사회를 어지럽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와 살아온 경험이, 거기서 배운 것이 달라 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분명 그들도 ‘나름대로’ 애국하고 있을 것이며, 자신의 주장에 근거가 있을 것이다. 내가 그들이 가졌다고 생각했던 아집은, 내가 가졌던 확신에 찬 신념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해가 되진 않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어떤 관점일까?

이 책으로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에선 제목에 대한 정답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국가에 대해 고민했던 다양한 학자들의 대답과 그게 실제로 나타난 모습들이 어떻게 정치로 보여지는 지를 말해준다. 지난 달부터 시끌벅적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모습을 생각하며 읽으면 더 재밌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

만인의 만인의 대한 전쟁상태 또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 늑대와 같이 경쟁하는 자연상태’는 막을 길이 없다. 자연 상태에서는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다. 정의와 불의도 나눌 수 없다. 내것과 네것을 구별할 수 도 없다.

2.

국가의 창설은, 자연이 우리들 각자에게 부여한 권리를 모두가 똑같이 포기하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허용하는 만큼의 자유를 나도 누리는데 만족하는, 상생의 길이다.

3.

어떤 철학자도 자기의 시대를 완전히 초월하지는 못한다.

4.

아나키즘과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을 제외하면, 리바이어던 이후 출현한 어떤 국가론도 국가의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임무가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부의 침략에서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5.

국가주의 국가론은 국가의 목적을 오직 하나로 규정한다.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그리고 외부 침략의 위협에서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으며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다.

6.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이 철학적으로는 홉스를, 통치기술로는 마키아벨리를 추종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사회 내부의 혼란을 방지하고 ‘북괴의 침략’을 막는 것을 국가의 절대적인 목표로 설정했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국민이 아니라 자기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다.

7.

이들의 주장을 한 마디로 줄이면 국가는 선을 행하려 하기보다 약을 저지르지 않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핵심이다.

8.

법치주의는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은 권력 그자체의 속성이기 때문에 어떤 주의도 필요하지 않다.

9.

스미스는 국가의 의무를 세가지로 한정했다. 첫째, 국가는 다른 나라의 폭력과 침략에서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 둘째, 국가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다른 구성원의 불의나 억압에서 보호하기위해 사법제도를 엄ㅈ어하게 세워야 한다. 셋째, 국가는 사회 전체에 큰 이익을 주지만 거기서 나오는 이윤이 비용을 보상해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개인도 건설하고 유지할 수 없는 공공사업과 공공기구를 건설하고 유지해야 한다.

10.

이렇게 보면 군주는 개인이 아니라 중개단체인 정부를 총칭하는 말이 된다. 정부 또는 군주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고용되어, 맡겨진 권력을 주권자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대리자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대리자에 불과한 정부가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다면 국가가 해체될 수 있다. 국가를 수립한 사회계약이 파기되는 것이다.

11.

정부 자체는 최고의 강제 권력이 아니라 강제 권력인 국가의 여러 목적을 실행하는 행정기구에 불과하다. 주권은 정부가 아니라 국가에 있다. 따라서 정부가 권력을 남용할 경우 관련 규정이 있으면 문책당할 수 있다.

12.

맹자가 말하는 덕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측은지심, 나와 타인의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수오지심, 사랑과 정을 다른 사람에게 적절히 표현하는 사양지심, 그리고 그런 마음을 때와 장소에 따라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시비지심이다.

13.

힘과 위세를 내세우는 패자가 다스리는 나라의 백성은 환호작약하지만, 왕자가 덕으로 다스리는 나라의 백성은 느긋하게 자족한다.

14.

대한민국은 “사악하거나 무능한 지배자들이 너무 심한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갖춘 나라이다.

15.

사회를 계획하고자 하는 가장 열광적인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계획할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계획을 조금도 인내하지 못하는 가장 위험한 사람이 된다. 성자와 같은 일편단심의 이상주의자와 미치광이 광신자의 거리는 단지 한 발짝에 불과할 때가 많다.

16.

국가가 계급지배의 도구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한, 인민들은 국가폭력에 대항하거나 국가를 전복하는 사회혁명에 나서지 않는다.

17.

사회가 어떤 경제체제를 채택하든, 정당하다고 간주되는 폭력을 집단적으로 소유하고 행사하는 행위주체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18.

자유와 민주주의는 원리상 피지배자에 의한 지배자의 통제를 의미한다.

19.

‘점진적 공학’은 사회혁명의 불벼락이 국가권력을 덮치기 전에 이미 권력 내부에 들어와 있었던 살마들의 몫일 뿐이다.

20.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강제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 목적체계를 자기 자신의 것이라고 믿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스스로 그 신념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21.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내적 평화와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실용적 도구에 불과한다.

22.

권력이 자의적이지 않도록 방지해주는 것은 권력의 ‘원천’이 아니라 권력의 제한이다.

23.

어떤 가치 또는 목표를 절대화햐여 그것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한 하이에크의 견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24.

자유라는 하나의 가치가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사회와 정의나 평등이라는 단일가치가 지배하는 다른 전체주의 사회가 뭐 그리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5.

사회혁명의 문을 걸어 잠그고 싶다면 부지런히 점진저적 개량을 시도해야 한다.

26.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나 가난한 나머지 혁신을 새악할 여유가 없어서 보수적이다. 기존의 사유습성을 바꾸는 것은 유쾌하지 못한 일이며 상당한 정신적 노력을 요구한다.

27.

진보주의에 매혹을 느꼈던 젊은이가 나이가 들면서 보수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운명이다. 계급적 귀속은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지만 유일한 변수는 아닌 것이다.

28.

도덕에 개입하는 정치는 회피하는 정치보다 시민의 사기 진작에 더 도움이 되며 더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더 희망찬 기반을 제공한다.

29.

이기적 본능을 거슬러가는 것,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을 우리는 도덕적 선행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그러한 개인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서는 누구도 이타적 행동을 선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 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선이요, 다른 집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악이 될 수 있다.

30.

국가로 하여금 어떻게 정의를 실현하게 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려면 그 어떤 철학자의 위대한 저서보다 먼저 헌법을 읽는게 유익하다.

31.

개인에게 광신주의(fanaticism)는 해롭지 않은 열정적 기행이지만, 이것이 국가의 정책으로 나타나면 인류에 대한 자비심을 파괴한다.

32.

정치인에게도 칸트의 도덕법은 필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과 상충할 수도 있는 윤리의식 또한 필요하다. 칸트의 도덕철학에서는 오로지 동기만이 의미를 가지는 반면, 정치는 동기보다는 결과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33.

그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도덕법칙이 아니라 정치인에게만 특별히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특수할 원칙으로 ‘책임윤리’를 제안했다. … 그러나 책임 윤리의 원칙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낳게 될 예견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34.

대의에 대한 열정은 컸으나 책임의식과 균형감각을 견지하지 못했던 많은 혁명가와 정치가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망각의 축복을 받았다. 오로지 신념윤리 하나만으로 국가권력을 휘둘렀던 정치가들 중 일부는 ‘인류에 대한 범죄자’로 역사에 남았다.

35.

진보주의자들도 그들 사이에서 공인된 지배적 사유습성을 바꾸려는 시도를 불온하게 본다. 베블런의 말대로 언제 어디서나, 심지어 진보진영 안에서도 혁신은 나쁜것이다. 모든 곳에서, 언제나, 인간은 보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