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취업!

취준 끝

마침내 취업!

팀스파르타에서 데브캠프를 진행하면서 최종합격 소식을 들었다. 전형이 진행중인 회사들의 결과와 무관하게 일하기로 결정했다. 공고를 쓰고 면접 준비를 진행하면서 이런 곳에서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회가 생겨 너무 기쁘다. 물론 꽃길만 있겠냐만은, 좋은 출발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이것 저것 알아보고 준비하는 일주일 간 잠시 개발과 거리를 뒀다. 혼자 상념에 잠기기도 해보고, 산에도 올라 머릿속을 비우기도 했다. 최근 들어 이렇게 마음 편한 날이 있었나 싶다.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되돌아보며 내 감정을 정리하고자 한다.

4개월.

정글에서 나만의 무기 만들기 프로젝트 발표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하여 첫 출근을 하기 까지 걸린 시간이다. TMI긴 하지만 발표였던 7월 8일이 내 입대 날짜라 잊혀지지가 않는다. 끔찍한 발표에 대한 기억은 차치하고, 6주 프로젝트가 끝났다는 해방감과 5개월 정글 과정이 끝났다는 후련함보단,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울적했다. 개발자가 되기 전, 취직준비를 하면서 냉혹한 내 상황을 다시금 마주할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는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더 막막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다보니 조금은 나았다. 지치고 힘들고 정신적으로 위태로운적도 많았지만, 적어도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무기력하진 않았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 대전에서 5개월동안 적게 자고 열심히 살아온 생활력을 유지하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주 7일 도서관이 열리는 9시에 들어가 불이 꺼지는 10시에 나왔다. 이 시간조차 부족한 것 같아 스터디 카페로 가기도 했고, 집중이 안될 때는 집무실이라는 공유 오피스를 찾아가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혼자 하루종일 공부했다. 서울대 입구, 서울시청, 석촌 등 여러곳을 돌아다녔다. 어떻게든 매일 정해진 양을 해내고, 추가로 쌓여있는 일들을 해치우는데만 집중했다. 여유가 생겨 잠시 멈추면 식어버릴까봐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다 했다.

모든걸 쏟아부어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지나친 일상을 만들어놨다. 매일 알고리즘을 3문제 씩 풀었고, 책너두 스터디도 동시에 2기수를 진행했다. 중간에 포기하긴 했지만 혼자 책을 하나 더 보기도 했다. 매일 회사 공고를 찾아 지원하고, 이력서와 자소서를 읽고 또 읽으며 다듬었다. 가족 휴가도 혼자 빠졌고 오랜만에 얼굴 보자는 사람들과의 약속도 미뤘다. 지금 이 순간은 취업해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노는 것보단 하루라도 쉬고 싶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 불안해서 힘들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게 심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카페에서 주말이라 업데이트 되지 않는 구직 플랫폼만 들락날락하기도 했다. 휴식이 죄책감으로 느껴지는 것이 정말 슬펐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은 욕심과는 별개로, 내가 정말 절실해진 건 변리사 시험을 포기하고 들어간 직장에서 바로 퇴사하고 겪은 공허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4년간 준비한 시험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을 때의 나이가 28살이었다. 전공에 맞춰 식품 회사로 취직 준비를 곧바로 시작했다. 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영어 점수를 만들고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쓰는게 전부였긴 했지만 운이 좋게 누구나 알법한 큰 기업에 입사했다. 시험을 포기하고 입사하기 까지 반년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한 결과인 학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내가 그럴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떄문이기도 하다. 시험을 포기하면서, 실패로 인해 더 이상 내게 선택권이 없고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긴 하지만 실제로 이런 생각으로 바로 취직 준비를 시작해서 바로 결과를 얻었다.

어쩔 수 없이 전공을 직군으로 선택했는데, 슬프게도 애초에 전공도 내 적성이 아니었다. 수능 성적에 맞춰 최대한 좋은 학교로 가기 위해 선택한 전공일 뿐이었다. 전공에 관심이 없으니 도전했던 변리사 공부기도 하다. 당연히 합격도 즐겁지 않았고, 입사도 설레지 않았다. 그저 연봉만 생각했고, 워라밸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 일하고 많이 벌 수 있을까만 궁리했다. 들어간 회사는 내 희망과는 거리가 있었다. 버티기엔 내가 해야할 일이 너무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이 일이 정말 대학교에서 4년간 전공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인가?”, “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나?”, “평생 이런 일을 해야하나?” 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1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을 제치고 들어간 자리였지만 열흘만에 떠났다. 시험에 떨어졌을 때, 포기했을 때보다 처참했고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서 정말 많이 울었다.

이후 1년간 많이 헤맸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애초에 지금 이 나이에 아무것도 없는 내가 선택할 수 있나? 내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건 뭘까?”, “그러다 또 포기하면 정말 어떡하지? 난 도대체 뭘 해야할까?”. 이 생각에 답이 나올리가 없었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느새 고민하지 않고 외면하게 된다. 허송세월을 보냈다. 타파하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고 점차 가라앉는 늪에서 신세를 한탄하며 돈, 시간, 기회를 낭비했다. 올해 초, 친구의 권유로 막연히 시작한 개발자 공부에 재미를 느꼈다. 천운으로, 좋은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 존경스러운 사람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해서, 놓치고 싶지 않아 정말 열심히 했다.

5년.

25살에 변리사 공부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나만의 길을 가기 위해 첫 걸음을 떼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운과 노력이 합쳐져 ‘이런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라고 느낀 회사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나이 30에 뒤늦게 취직한 놈의 호들갑일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내가 간절히 염원하고 소망하던 순간이다. 이제 망할 준비좀 그만하고 내 삶을 살아보자.